치킨값 앞에 무력한 대중들

“치킨가격이 3만원은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한 말) 그야말로 대 치킨 시대를 연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한마디에 휴전선 이남이 뒤집어졌다. 직후에 통큰치킨의 재림인 당당치킨이 등장하여 정말 서로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것 처럼 보였다.

전통 한국 식문화에서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치킨이라는 식문화는 엄연히 외세의 것이지만, 요즘 시대에 그걸 누가 따지나? 맛만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 치킨 시대의 개막은 원피스마냥 유쾌한 것이 아니다. “IMF”라는 세 글자로 설명되는 1997년 금융위기에 조금의 퇴직금만 가지고 쫓겨난 이들이 어떻게 자영업을 해야하는지도 모른 체로 자영업자가 되었고, 덕분에 한국 치킨업계는 80년대 말 미국에서 온 KFC와 국내 브랜드 처가집, 멕시칸(멕시카나 아님), 페리카나를 시작으로 90년대 초 BBQ의 태동을 거쳐 30년에 달하는 세월동안 계속 성장했다.

“영양센타”라는 곳에서 팔던 전기구이 통닭이 전부였던 한국 치킨은 그렇게 모든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은 식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2020년에 시작된 신종 전염병의 위협은 미지에 대한 공포와 기존의 일상을 부정하는 법질서로 사람들을 방 안에 밀어넣었고, 갑작스런 사회의 변화를 기회삼아 부상한 배달 경제는 치킨을 10년은 더 한국인의 소울푸드로서 군림할 수 있게 하였다.

작금의 당당치킨 사태가 대중들의 눈을 흐리게 하지만, 사실 대형마트 PB상품으로서 치킨과 프랜차이즈로서의 치킨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가격 대비 양과 맛 정도만 비교는 매우 흔한 것이지만, 거기에만 그친다면 우리는 자유주의 경제가 강요하는 소비자 정체성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글쓴이의 외가는 계란을 납품하는 양계장을 했기에 육계가 납품되는 과정을 축산농가 인맥으로 귀동냥 할 수 있었다.

축산농가에서 닭은 2천원 전후로 하림과 같은 축산기업들이 소유한 닭을 손질하는 공장에 유통된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 닭들을 3~4천원 전후에 구입하여 가맹점주들에게 5천~6천 사이의 가격 정도로 판매하게 되는 것이 프랜차이즈 치킨의 유통구조다. 가맹점주들은 이미 프랜차이즈 본사에게서 닭을 받는 것 부터 마트치킨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닭 만이 아니라, 기름이나 양념, 염지와 같은 모든 것들을 가맹점주들에게 독점판매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메뉴개발을 하는 것은, 단지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가맹점주들과의 계약서에 있는 독점판매를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가맹점주들의 가게 임대료나 인건비를 지원해주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 본사는 어마어마한 영업이익을 남긴다. 작년 애플이 28.55%, 구글이 30.55%의 영업이익을 남길 때, 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32.2%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어떤가? 대형마트는 이 중간과정이 없이 손질된 닭을 그냥 받는다. 그리고 마트 안에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하는 모든 과정을 해결하고, 주방 직원들이 화장실도 못 가게 인건비를 쥐어짜서 7천원도 안 하는 가격에 치킨 한마리를 팔아도 이윤이 남는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이런 치킨들이 한정판매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형마트에서 저가 치킨 판매를 위해 일주일에 닭 6만마리를 준비했다고 할 때, 프랜차이즈 치킨은 하루에 15만 마리를 판다. 애초에 당당치킨은 유의미한 이윤을 낼 수가 없다. 이윤 유무를 떠나서 이는 명백한 미끼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저가치킨을 한정판매가 아닌 상시판매로 전환하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설과 인력을 늘리기 시작하면 더 이상 저가치킨이 될 수가 없다.

결국 여기서 힘든 것은 치킨 한 마리 먹기 위해 오픈런을 해야 하는 소비자들, 혹은 오픈런을 못해 비싼 값을 주고 프랜차이즈 치킨을 먹는 소비자들, 그리고 가장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아마 프랜차이즈 계약서에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자영업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가맹점주 여러분, 슬프게도 여러분은 골목상권이 아니다. 많은 가맹점주들의 시작은 외환위기 이후 생계를 꾸미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사실은 그 시대를 겪었던 글쓴이도 잘 아는 바이나, 설령 그렇더라도 여러분은 거대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골목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곳은 이미 대부분 코로나19 시대에 숨통이 끊기다시피 했다. 이 상황에서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들의 처지는 그저 “때가 되어서”일 뿐인 것이다.

10월이 온 지금, 당당치킨이 불러 일으킨 파장은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계급성이 사라진 소비자 운동의 시대에는 모든 사회 현상이 체제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반증이다.

작금의 현실이 프랜차이즈가 악해서인가? 대형마트가 악해서인가? 그렇지 않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이윤을 위해 골몰하는 자본주의에서 당연한 행보일 뿐이다. 이는 대중이 “소비자”라는 정체성에 갇힌 운동에 매진할때 마주하는 현실이다.

우리 “아나키스트 연대”는 ‘가성비’와 같이 소비자 정체성에 국한된 겉핥기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생산되고, 그 생산물이 어떻게 교환되는지 사회 전체를 바라보며 변혁을 목표로 하는 대중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치킨시대에서 실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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