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밤은 떠들썩했다. 비상계엄 발동이라는 것은 5공화국 이후로 겪어본 적도 없던,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계엄은 일어나게 된다면 체제에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에나 발생할 법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 각하께서는 자살이 하고 싶으셨나보다. 동원된 병력이라고는 고작 수방사 병력 일부와 소수의 공수부대였고, 그마저도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여당의 대표자도, 여당 출신의 서울시장도 계엄이 선포된 것을 알지 못했다. 계엄군은 쓸쓸하게 경찰버스를 타고 귀대해야했다.
이는 위대한 시민의 승리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계급운동의 패배로 보이기도 한다.
계엄이 선포되고, 극소수의 동원된 계엄군들이 비상체포하려 했던 것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혹은 내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는 공공운수노조의 위원장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재명과 한동훈과 우원식을 체포하려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대통령 각하께서 보시기에 노동조합이 체제에 전혀 위협이 되지도, 그 어떤 방해도 되지 않으리라 생각해서였으리라. 총파업을 아무리 선포해도 현장에서 호응하지 않는데, 민주노총의 총파업이라는 것이 매번 주말집회로 격하되어가고 있는데, 그 총파업에 나온 노동자들에게 민주당의 구호와 본질적으로 같은 구호로 선동하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겠다.
이를 좀 부끄럽게 여기자.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새로운 투쟁을 조직하자. 현장을 조직하고, 현장을 정치화하자.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말로 체제를 뒤흔들 수 있어 다가올 계엄령은 정말로 엄중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저들이 이재명과 한동훈이 아닌 우리들의 지도부를 더 두렵게 여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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